오후 세 시, 한 조각의 자리에서.
오후 세 시의 한 조각. 정성으로 굽는, 서촌의 작은 디저트 공방입니다. 이 한 문장을 지키느라, 우리는 여덟 해 동안 같은 자리에서 오븐을 열고 닫았습니다.
처음 이 골목에 들어왔을 때, 간판은 없었습니다. 자하문로 7길, 키 작은 한옥과 한옥 사이. 햇볕이 비스듬히 드는 시간을 좋아해서, 가게 이름도 오후의 시간에서 가져왔습니다. 오후 세 시. 점심이 끝나고 저녁이 오기 전, 누군가 자기 자신에게 케이크 한 조각을 허락하는 그 짧은 틈을 위해서요.
저는 윤하경입니다. 파리에서 빵을 배웠고, 한국에 돌아와 2018년 봄에 이 작은 공방을 열었습니다. 그때는 오븐 한 대, 작업대 하나, 진열장 한 칸이 전부였습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욕심을 부리지 않으려고, 일부러 그렇게 두었습니다.
재료가 먼저, 손은 그 다음
제일 먼저 정한 것은 재료였습니다. 우유는 고흥의 한 목장에서만 받습니다. 처음 그 우유로 가나슈를 끓이던 날의 단단한 향을 잊지 못합니다. 버터는 프랑스 노르망디산 발효 버터를 씁니다. 가격이 부담스러워 한참을 고민했지만, 시폰 한 조각의 결이 달라지는 걸 보고 그 자리에서 결정했습니다. 좋은 수제 케이크는 결국 재료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그 단순한 사실을 매일 확인하고 있습니다.
고흥 농가에서 보내주시는 유자는 11월에 박스로 도착합니다. 한 알 한 알 손으로 닦고, 껍질을 저며 콩피로 만듭니다. 이렇게 만든 유자 콩피로 굽는 고흥 유자 타르트는 겨울에서 봄까지, 공방에서 가장 사랑받는 디저트가 되었습니다. 새콤하고, 깊고, 따뜻한 맛. 산지가 분명한 재료는 케이크에 표정을 만듭니다.
"좋은 재료는 솔직합니다. 손이 거짓말을 못 하게 만듭니다."
하루에 굽는 만큼만
공방의 원칙 하나는, 그날 굽는 만큼만 판매한다는 것입니다. 아침 일찍 반죽을 시작해, 오후 한 시 전에 모든 케이크를 진열장에 올립니다. 다 팔리면 그날의 공방은 거기서 마감입니다. 처음 손님들은 의아해하셨습니다. 더 만들면 더 팔 텐데요, 하고요. 그 마음이 고맙고 또 미안했지만, 손이 닿는 만큼만 굽는 약속을 바꾸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공방의 시그니처인 얼그레이 시폰은 매일 정해진 수량만 굽습니다. 프랑스산 얼그레이 두 종을 우유에 우려, 그 자리에서 반죽에 섞습니다. 시폰은 시간이 지날수록 결이 무너지기 때문에, 굽고 식히고 자르는 모든 단계가 같은 날 안에 끝나야 합니다. 그렇게 굽는 케이크가 하루 스물네 조각 남짓. 적은 수지만, 한 조각 한 조각을 끝까지 책임지고 싶었습니다.
여름이 오면 진열장의 풍경이 바뀝니다. 6월과 7월, 단 두 달 동안 산딸기 쇼트케이크를 굽습니다. 강원도의 한 농가에서 그날 아침 따 보내주신 산딸기를, 생크림과 시트 사이에 한 알 한 알 줄지어 올립니다. 두 달이 지나면 멈춥니다. 다음 해 6월까지, 이 케이크는 만나기 어렵습니다. 제철은 짧고, 그래서 정직합니다.
기념일이라는 이름의 시간
공방에는 주문 제작 케이크가 있습니다. 누군가의 첫 생일, 부모님의 환갑, 오랜 친구의 결혼 전야. 손님이 가져오신 사진과 이야기로, 레터링과 플라워 케이크를 만듭니다. 기념일 주문 제작은 사흘 전까지만 받습니다. 충분히 듣고, 충분히 생각하고, 충분히 굽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는 빨리 만드는 곳이 아니라, 천천히 만드는 곳이고 싶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주문은, 돌아가신 어머니의 칠순을 챙기고 싶다고 하셨던 손님이었습니다. 어머니가 좋아하셨다는 연한 노란 장미와, 평생 즐기셨다는 홍차 향을 넣어 케이크를 구웠습니다. 케이크는 결국 누군가의 시간이 머무는 자리라고, 그날 다시 배웠습니다. 기념일 케이크는 우리에게도 가장 조심스러운 일입니다.
주말이면, 작업대 곁으로
2021년부터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에 작은 베이킹 클래스를 엽니다. 주말 베이킹 클래스는 4인 정원, 한 시간 반. 시폰 한 판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굽습니다. 가르치는 일은 굽는 일과 다른 종류의 즐거움입니다. 누군가의 첫 케이크가 우리 공방에서 시작된다는 일이, 매주 새롭게 좋습니다.
이 골목, 이 작은 가게는 이제 동네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옆집 사장님과 인사를 나누고, 단골 손님의 아이가 자라는 걸 봅니다. 서촌 디저트를 검색해서 일부러 찾아오신 분들께도, 늘 같은 한 조각을 내드리고 싶습니다. 처음 오시는 분과 백 번째 오시는 분이 같은 케이크를 받는 곳. 그 단순한 약속이 우리가 가진 전부입니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케이크를 굽는 일. 그게 우리가 잘하는 단 하나의 일입니다."
앞으로의 오후
여덟 해 동안 변한 것이 있다면, 우리가 더 조용해졌다는 점입니다. 신메뉴를 자주 내지 않습니다. SNS도 천천히 합니다. 대신 매일 같은 시간에 문을 열고, 같은 손으로 굽고, 같은 마음으로 한 조각을 건넵니다. 손님 한 분이 오후 세 시에 잠시 자기 자신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 그 짧은 시간을 위해, 오늘도 오븐을 켭니다.
오시는 길이 멀 수 있습니다. 골목이 좁고, 간판도 작습니다. 그래도 한 번 와주신다면, 우리는 가장 잘 구운 한 조각을 내드리겠습니다. 오후의 케이크는, 결국 한 사람을 위한 디저트니까요.